안녕하세요.
상담전문가 지부장입니다.
주변에 나와 다른 사람을 보거나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경우 무시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때 무시하는 것을 교류분석상담에서는 디스카운트, 에누리한다고 표현합니다.
1. 디스카운트_에누리(Discount) 이해
1) 에누리의 개념
“에누리”라는 말은 보통 시장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값을 깎는 일”(평가절하)을 뜻한다. 그러나 이것은 구매자 쪽에서의 의미이다. 판매자는 구매자가 값을 흥정할 것을 미리 생각하고 실제 받을 값보다 더 부르게 된다. 이럴 때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도 에누리(평가절상)이다. 구매자가 흥정하지 않고 사가면 그만큼 더 받은 재미가 있고, 흥정 후 값을 깎아주게 되면 구매자에게 인심 쓴 것이 되어 흥겹다. 값을 깎고 산 구매자는 돈을 아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상품 매매 행위가 아니고 인간관계에서도 “에누리”라는 말이 사용된다. 대화 가운데 “사실보다 보태거나 깎아서 듣거나 말하는 것”도 에누리이다(동아메이트 국어사전 참조). 교류분석에서 말하는 에누리는 바로 이러한 인간관계에서의 “에누리”에 대한 것이다.
교류분석에서 말하는 에누리는 매매행위에서의 에누리보다 한층 심각한 내용이며 인간의 존재를 낮게 보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는 모든 언동을 의미한다. 따라서 에누리는 부정적 스트로크에 지극히 가까운 개념이지만 부정적 스트로크마저 부여되지 않는 상황을 포함한다고 하는 의미에서는 부정적 스트로크보다도 한층 비인간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긍정적 스트로크가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에누리는 타인에 대한 사랑의 결핍과 무관심의 표현이다. 에누리 당하는 것은 아이 뿐만 아니고 어른에게도 가장 괴로운 것의 하나이다(김홍용, 1994).
삶의 과정에서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을 때 우리가 그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장한 사고, 감정, 행동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각본에 빠져 들어가는 방법이다(박종삼, 1999). 이럴 경우 우리는 자신이나 상대를 에누리하게 된다.
모든 에누리는 과장행동(과대망상)을 동반한다. 이 말은 현실의 일부를 과장 또는 과대시한다는 것이다. 각종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그 공직의 임기 안에 다 이룰 수 없는 엄청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이나, 분에 넘치도록 크게 관사를 짓는 행위는 과장행동에 해당한다.
2) 에누리를 당하게 되면
어른들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유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무시하는 것은 유아를 에누리하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접촉 방법이며, 부정적 스트로크 중에서도 극한에 위치한다(김홍용, 1994). 부모가 유아의 감정이나 욕구를 에누리하여 기른다면 유아는 건전하게 발달하지 못한다. 그것은 에누리가 반드시 그 배후에 무시(바보로 만드는 것)를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에누리”당한 사람은 인격장애를 겪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불행해지고 파괴적이고 “절망적인” 각본을 작성하게 된다(James & Jongeward, 우재현 역, 1990). 두 가지 예를 James & Jongeward의 책에서 인용한다.
① Earl이 어렸을 때 부모가 좀처럼 직접 말을 걸어 주지 않았다. Earl은 부모와 직접적인 만남을 갖기 위해 고의적으로 야구 방망이로 자신의 침실벽을 두들겨 구멍을 냈다. 그러나 부모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부모가 Earl의 행위를 무시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그 구멍에 대하여 고의로 한 행위의 결과로 말하지 않고 Earl이 부딪쳐 구멍이 난 것처럼 아버지에게 말하는 것을 Earl이 듣게 되었다. 몇 번이나 무시되는 극도의 에누리 결과 Earl은 정신병이 들고 말았다.
② 아이를 낳는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고, 기르는 책임이 원망스러워 아이를 무시하는 부모가 있는 미국에서의 일이다. 이렇게 바라지도 않는 데 태어나서 자신의 부모에게 수용되지 못한 어린이는 적개심과 거부감에 가득찬 정서적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 예로 임신의 책임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임신 사실을 한스러워한 부모가 있었다. 아버지는 과학자로 임신된 후 집을 더 많이 비우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였고,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원망스러워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 Dibs는 지능지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열증으로 정신적 발달이 지체되었다.
사람들은 본심과 달리 표면상 칭찬하는 것 같지만 야유가 가득하거나 경멸의 어조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조롱하는 말과 태도도 에누리의 한 형식이다.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은 가장 극단적 형식의 에누리이다. 직장이나 어떤 단체에서 육체적 폭력을 사용하지 않고 교차 교류의 형식을 취하거나 잠재적인 무시, 대화 기피하는 행위 등도 에누리이다(James & Jongeward, 우재현 역, 1990). 그래서 에누리는 화의 근원이다(우재현, 2005).
3) 임상훈련
① 최근 한 달 이내에 남에게 에누리 당해 본 경험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라.
② 다른 사람을 에누리한 적이 있는지 기억해 보고 그 때에 자신의 느낌과 상대의 느낌을 반추해 보라.
③ 어디서 당신이 과장행동을 취했는지 알 수 있겠는가? 당신이나 타인 또는 그 상황에 어떤 측면들을 침소봉대했었다고 생각하는가? 집단에 속해 있거나 당신을 도와줄 친구가 있다면 그에게 당신의 ‘과대행위’나 ‘에누리’에 대하여 물어보고 마음에 새겨 두어라(박종삼, 1999).
2. 네 가지 수동적 행동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각본에 빠지게 되면 우리는 문제해결에 능동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게 된다. 이 분야의 TA이론은 Schiff 가족과 Cathexis 연구소에 의해 개발되었기 때문에 Schiffian 이론 또는 Cathexis 이론이라 불린다. Schiff는 수동성을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지 않거나 또는 그것을 효율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에누리는 머리 속에서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찰할 수가 없다. 즉 타인은 알 수가 없다.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행동하거나 말하기 전에는 에누리를 알 길이 전혀없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는 네 가지 유형의 수동적 행동들이 있다.
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② 과잉적응 ③ 격동(흥분) ④ 무능력화 또는 폭력
1)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문제해결을 위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신 스스로 행동을 정지시키는데 상요하고 있다. 이런 수동적 행동을 나타내는 사람은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되며 사고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에누리하고 있는 것이다.
2) 과잉적응
자기 자신의 욕구와는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타인의 원하는 일에 바로 응하는 것이다. 과잉적을 하는 사람은 도움을 주고, 잘 적응하고, 또 조화도 잘하는 것으로 타인에 의해 체험된다. 적응대상자들로부터 긍정적 스트로크를 받게 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선택권 중 한 가지를 행사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에누리하고 있는 것이다.
3) 격동 (흥분)
선생님이 낮은 목소리로 강의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이 때 한 학생이 큰 목소리로 강의해 달라고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손가락은 책상을 치고, 발은 마루를 두들기고 있다. 이런 행위가 격동(흥분)이다. 이 학생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에누리하고, 에너지를 격동적 행위로 소모시키고 있다.
4) 무능력화 또는 폭력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에누리하고, 어린이 자아상태(ⓒ)에서 자신을 무력하게 하여 남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을 무능력화라 한다. 또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나 타인에게 난폭하게 발산(폭력)하여 자신의 문제를 환경(주위사람)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무능력화는 폭력을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로 돌린 것으로 볼 수 있다.
5) 임상훈련
* 최근 한 달 이내에 자신이 행한 수동적 행동을 기억해보고 그 때 어떤 느낌을 확인하라.
3. 에누리가 일어나는 세 영역과 네 가지 수준
에누리는 “자기자신”, “타인”, “현실의 상황”이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심각성에 따라 네 가지 수준으로 나눌 수 있다. 에누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해결과 관련된 정보를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에누리의 네 가지 수준에 대하여 살펴 보자.
1) 문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에누리
아이가 설거지하고 있는 엄마의 옷자락을 당기면서 무엇인가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다(문제). 그런데 엄마는 지금 설거지를 빨리 마치고 은행에 자동차세며, 전기요금, 수도요금을 넣으러 가야하였다. 그래서 아이가 질문을 했지만 처리해야할 엄마의 일이 산더미같이 많다는 생각에 아이의 문제를 무시하였다. 엄마는 지금 아이가 갖고 있는 문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에누리한 것이다. 바쁘지만 지금 바로 아이의 질문에 답해 줄 수도 있고, 나중에 함께 생각해 보자라고 할 수도 잇다. 엄마는 또한 엄자 자신이 취할 수 있었던 선택들의 ‘존재’ 조차도 에누리하고 있는 것이다.
2)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에누리
앞에서 아이가 질문할 때 엄마가 “얘는 꼭 엄마가 정신없이 바쁠 때 질문하고 그런다”라고 말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아이가 질문한 그 사실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질문한 그 상황은 에누리당한 것이다. 결국 아니는 엄마의 답을 들을 수 없다. 엄마가 아이의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엄마는 “아이의 질문”이라는 문제해결에 시간을 낼 수가 없다.
3) 문제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에누리
“아이의 질문”이라는 문제를 엄마가 인식했고, 또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아이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문제가 어떤 방법으로 해결가능하다는 것을 에누리당하고 있는 것이다.
4) 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적 능력에 대한 에누리
“아이의 질문”이라는 문제가 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그 문제는 해결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그 질문은 나의 범위를 넘어버렸다. 나에게는 그 질문을 다룰 능력이 없다. 만약 이것이 엄마의 생각이라면, 엄마는 스스로의 문제해결능력을 에누리하고 있는 것이다.
5) 에누리 없는 세상
게슈탈트 요법의 창시자 Fritz S. Perls는 “할 수 없다”와 “하지 않는다”를 엄밀히 구분하였다. 우리들이 “할 수 없다”라고 말할 때,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단지 “하려고 하지 않는다”일 뿐이다. 그렇다면 “하려고 한다면”문제해결의 길은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문제를 에누리하지 않는 것이 자아실현의 첫걸음이요, 첩경인 것이다.
6) 임상훈련
* 최근 한 달 이내에 자신이 행한 에누리 경험을 기억해보고 그 때 어떤 느낌을 확인하라.
4. 나오면서
에누리 당하는 쪽에서 보면 에누리 당하는 것보다는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받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부정적 스트로크라도 받고 싶어서 고의적으로 문제행동을 하기도 한다. 에누리는 당한 가슴에 부정적 감정을 심어준다. 그 감정(적개심)은 경우에 따라 자신이나 타인을 향해 비수가 될 수도 있다. 그 결과는 너무나 엄청나고 처절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 나와 남을 에누리하지 말고 있는 그 자체,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무조건적 긍정적 스트로크를 주고 받으므로 활기차고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녀들로, 학생들로 양육할 수 있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김홍용(1994). 성격개조를 위한 교류분석(TA) 프로그램. 남영문화사.
우재현(2005). 심성개발을 위한 교류분석 프로그램. 정암서원.
박종삼(1999). 임상교류분석의 이론과 실제. 서울:한국교류분석연구소.
James & Jongeward, 우재현 역(1990). 자아실현의 열쇠. 정암서원.